웹소설 작품군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분위기로 작품을 구분할 수 있죠. 하나는 가볍고 경쾌한 소설, 다른 하나는 무겁고 진지한 소설입니다.
작품의 무게감을 통해 독자들은 전혀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게 됩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가벼운 무게감의 소설은 읽기 편하고, 무거운 소설은 몰입감이 뛰어나죠.
각각 모두 중요한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그런데 "과연 어느 쪽이 유리할까?"라는 질문에는 간단한 답이 없다는 사실이 흥미롭습니다. 가벼운 작품은 머리 쓰지 않고 읽을 수 있어서 접근성이 뛰어나고, 무거운 작품은 탄탄한 몰입감을 주어 "명작"이라 불리기에 조금 더 이점이 있으니까요.
물론, 이점이 있다는 것이지. 무거운 작품이 곧 명작이란 것은 아닙니다. 더불어, 쉽고 편하게 즐기는 스낵컬처의 성향을 띤 웹소설이라는 콘텐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치명적 단점 또한 지니고 있지요.
이렇듯 각각의 장단점은 극명합니다. 하여 이번 시간엔 이런 작품의 무게감,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분석하여 "무게감을 어떻게 가져가는 게 내 작품을 연재하는 데 유리할까?"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1. 가벼운 웹소설 작품의 특징과 장단점
"여러분은 웹소설을 언제 많이 읽으시나요? 어떤 전개를 좋아하시나요? 그리고 어떻게(무슨 기기로) 보시나요?"
이에 대한 답은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순위로 따져봅시다. 다소 명확해집니다.
🕰️ 언제 많이 읽으시나요?
- 집에서 쉴 때🥇
-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
🎭 어떤 전개를 좋아하시나요?
- 빠르고 시원시원한 전개🥇
- 뛰어난 묘사🥈
💻 어떻게 보시나요?
- 스마트폰으로🥇
📌 위 내용을 토대로 뽑아낼 수 있는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웹소설을 읽는 건 여가시간의 개념이다.
- 독자들은 편안하게 시간을 때우기 위한 개념으로 웹소설을 많이 읽는다.
- 생각할 거리가 많은 걸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가벼운 웹소설 작품군은 이런 웹소설의 특징을 담은 정수나 다름없습니다. 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습니다.
- ① 가벼운 웹소설은 독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습니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나, 집에서 쉴 때처럼 아무 생각 없이 콘텐츠를 즐기고 싶을 때 편하게 몰입할 수 있죠. "진지한 고민"이나 "깊은 사유"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 ② 가볍기 때문에 빠른 전개에 유리합니다. 디테일을 위해 짚고 넘어갈 부분이 적으므로, 남는 분량을 사건 전개에 할애하기가 쉽죠. 그와 더불어 가벼운 분위기에 어울리는 대사와 다소 코믹한 사건들로 웃음을 자아내기 쉽습니다. 그 말은 즉, '독자의 심리적 부담감'이 적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③ 장기적인 연재에 있어서도 유리합니다. 애당초 가벼운 작품이니, 작가 역시 연재를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치밀한 사건의 인과관계와 대사의 배치, 장면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 빈도수가 무거운 작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하죠. 그렇기에 장기 연재가 주는 부담감이 작가에게도 적은 편입니다.
물론, 이렇게 가벼운 웹소설 작품군에는 다음과 같은 단점들도 있습니다.
- ① 가볍고 빠른 전개로 인해 콘텐츠 소모가 빠르다. 장기 연재에 불리하다.
- ② 빠른 전개로 디테일이 미흡한 경우가 많아, 개성이 없어진다. 즉, 어디서 본 것만 같다.
- ③ 위 두 가지 이유로 독자는 플롯의 원 패턴화를 느낀다.
[웹소설 잡담] 플롯의 원 패턴화는 꼭 탈피해야 할까?
"소설이 너무 원 패턴이네요. 굳이 끝까지 안 봐도 뭔 내용인지 알 거 같음." 이런 댓글이 달리면 작가 입장에서는 마음이 쓰라립니다. '내가 너무 똑같은 전개만 반복했나?' 하고 말입니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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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거운 웹소설 작품의 특징과 장단점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들, 납득 가능한 전개와 굉장히 깊이감 있는 몰입감… 그리고 진입장벽 높음."
위에서 말씀드렸듯 웹소설은 가벼운 문체에 최적화된, 숏폼과 유사한 콘텐츠입니다. 그럼에도 무게감 있는 웹소설은 종종 등장합니다. 왜일까요? 이는 무거운 웹소설 작품들의 공통적인 특징과 맞닿아 있습니다.
무거운 웹소설 작품은 공통적으로 디테일에 집중합니다. 인물의 심리와 세계관, 갈등 구조를 첨예하게 설계하는 데에 주력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한 번 집중하게 되면 독자는 빠져나오기 힘들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위 말해, 명작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대체로 무거운 경향을 띠는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일단 치밀하기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 때 주는 카타르시스가 굉장하니까요.
이런 무거운 웹소설 작품들의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① 굉장한 몰입감과 첨예하게 쌓아 올린 갈등구조가 폭발했을 때의 카타르시스
- ② 집중하고 조명할 요소들이 너무 많아, 기획한 사건을 소모하는 속도가 더디다. 즉, 기획 측면에서는 널널해진다.
반면 단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① 수준급의 필력과 작가의 정신을 갈아 넣은 결과물이다. 장기 연재에 심적·체력적으로 불리하다.
- ② 독자의 진입장벽이 높다(주의 깊게 읽어야 할 것들이 많으므로). 더불어 한 번 몰입이 깨지는 순간 독자의 심리적 피로도가 굉장히 높아진다. 독자 몰입을 깨지 않는 선에 대해서 작가는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3. 상업 예술에서 중요시하는 요소는 뭘까요?
"무거운 작품에 한 번 빠져들면 엄청난 몰입감을 자랑하고, 카타르시스 또한 대단하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더불어 "명작"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도 말씀드렸죠.
하지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웹소설은 팔기 위한 문학 장르입니다. 그리고 매출이 높은 작품 중 상당수는 가벼운 문체의 작품들이죠.
위에서 언급한 웹소설을 언제 많이 읽는지, 어떻게 읽는지, 어떤 전개를 좋아하는지를 따져보면 당연한 결과입니다.
웹소설은 빠르고, 편하고, 쉽게 읽는 콘텐츠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무거운 문체의 작품들은 독자의 니즈를 전면 부정하는 셈이나 마찬가지인 거죠.
예를 들자면, 모 분식집에서 스테이크를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성공할까요? 성공할 수도 있겠죠. 스테이크가 정말 맛있다면요. 그럼에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이는 손님의 수요와 맞닿아 있습니다. 분식집에 오는 손님들은 스테이크를 기대하고 오지 않을 테니까요. 오히려 그렇게 맛있는 스테이크라면 스테이크 가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하는 편이 더 유리했겠죠.
"잘 쓰면 다 돼"라는 명제는 언제나 옳지만, 굳이 성공하기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게 현명한 행동은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4. 절대적인 명작 웹소설이라는 게 존재할까?
웹소설 시장에 내걸리는 작품들은 참 다양합니다. 가벼운 문체의 작품도, 무거운 문체의 작품도 "무엇이 더 성공하기 쉽냐를 차치하고" 성공한 사례 자체는 모두 많습니다.
웹소설 작가들은 무엇 때문에 글을 쓸까요? 1차적으론 돈일 겁니다. 하지만 하고 많은 부업, 직장 중에서 웹소설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분명 적든 크든 글에 대한 욕망이 자리하고 있을 겁니다. 그러니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써야겠죠. 무거운 작품을 구성하는 데에 지치는 것보다, 내가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쓰는 데에 소진되는 체력이 훨씬 치명적입니다.
가볍고 재치 있으며 빠른 전개로 독자들의 웃음과 재미를 선사하고 싶다면, 가벼운 문체의 작품을 권합니다.
깊이 있고 강렬한 몰입감, 카타르시스를 건네고 싶다면 무거운 문체의 작품을 권합니다.
결국 명작을 판가름하는 건 문체가 아닙니다. 기준은 독자의 시선이고, 작품의 성적이니 어떤 문체여도 본인이 오래 쓸 수 있는 문체를 선택하는 것이 옳습니다.
5. 마치며
가벼운 문체와 무거운 문체는 각각의 특장점과 한계가 명확합니다. 어느 것이 더 우월하다고 말할 순 없죠. 다만, 확실한 건 가벼운 문체가 "웹소설"이라는 콘텐츠에 더 적합한 포맷이라는 사실이겠네요.
그렇기에 웹소설 시장 전반을 톺아보면 "소비와 진입장벽이 낮은" 가벼운 문체의 작품들이 강세입니다.
반면, 무거운 문체의 작품은 상대적으로 소수의 독자들을 공략하죠. 간혹 더 도드라지는 작품은 무거운 문체라는 리스크를 안고도 베스트에 오르기도 합니다. 완결 이후에도 오랫동안 소비되는 건 덤이죠.
요컨대, 전반적으로 가벼운 문체를 추천하지만, 작가 성향상 무거운 문체에 대한 욕망이 있다면 시도하는 걸 권합니다. 본인의 욕망과 개성을 살리면 어떻게 가든 결국 웹소설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모두 건필하시길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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