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을 읽다 보면, 주인공 중 열에 아홉은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그리고 그 아홉 중 아홉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성공을 확신하죠. 이는 사실 굉장히 비현실적입니다.
"웹소설 주인공은 비범해야 한다.", "주인공에 공감이 가능해야 한다." 이 두 문장은 작법에 대해 공부한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있죠.
바로 "비현실적인 인물에 어떻게 공감하라는 거야?"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의 비범함과 사유의 평범함을 조화시키는 것, 독자와 유사한 접점을 만들 것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 방법론들 중에서도 단연코 '비범한 주인공'과 '평범한 독자'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1순위 요인은 낙관적 편향입니다.
낙관적 편향이 뭘까요? 그리고 이 낙관적 편향이 어떤 영향을 끼치기에 독자의 몰입을 끌어올리는 한편, 절망적인 서사를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요? 이번 글에서는 "낙관적 편향이 끼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작가가 왜 현실적인 선택을 크게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1. 🙆♀️ 낙관적 편향이란?
"낙관적 편향( Optimism bias )은 인지 편향의 하나로 사람들이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상태를 말한다." 출처: "낙관적 편향", 위키피디아, 2025.01.31. <https://buly.kr/DlJ24eT>
📌 다음과 같은 예시들이 있습니다.
- 🦠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했던 시기에 "나는 그래도 걸리지 않겠지"라고 생각하는 것.
- 🛬 비행기 추락 사고·교통사고 등 심각한 사고가 자신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 🎟️ 복권을 구매할 때 대부분 꽝보단 당첨을 생각하는 것.
- 🚬 흡연·음주 등 명백히 건강에 해로운 것들이 내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
- 🏇 익스트림 스포츠가 나에겐 그저 스릴 넘치는(위험하진 않은) 레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건, 반대로 말하자면 긍정적 사건이 일어날 확률을 실제보다 더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 됩니다. 쉽게 말해,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운이 좋고, 불행은 잘 피할 수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말입니다.
낙관적 편향은 인간의 본성에 가깝다고 합니다. 그렇기에 적든 크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낙관적 편향에 사로잡혀 있죠. 그럼 이런 낙관적 편향이 웹소설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떻게 등장할까요?
2. 👍 (나 혼자만) "운이 좋군."
사람들은 낙관적 편향에 사로잡혀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이는 웹소설에서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독자들은 작품을 읽을 때 "내가 만약 주인공이더라도, 다른 사람들은 불행한 일을 겪을지언정 나만큼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무의식적 믿음에 지배당합니다.
때문에 이런 무의식적 믿음이 그대로 실현되는, (어찌 보면 비현실적일 수 있는) 주인공의 기연들을 당연하게끔 받아들이게 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나, '지구 서비스 종료'와 같은 절망적 상황을 겪더라도, 독자는 "내가 저 상황에 처하면 특별한 능력을 얻거나, 숨겨진 재능을 발견하겠지."라는 무의식적 기대를 품게 되는 겁니다.
낙관적 편향으로부터 발로한 기대가 "비범한" 주인공에 대한 몰입감을 끌어올립니다. 절망적 사건이 닥치면 닥칠수록, 그 사건 속에서 비범함을 발휘할수록, 독자는 "그럼 그렇지."라고 고개를 끄덕입니다. 절망적 상황으로부터 닥친 위기가 자신에게는 큰 위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침 내가 빙의한 게임·소설을 알고 있음) "나는 이 내용을 알고 있다."
(전 세계 인구가 99% 사망한 좀비 바이러스지만) "나는 감염되지 않았다."
"너무 무모해요. 1%도 안 되는 확률이라고요." (성공함)
3. 📊 절망적 서사는 비교우위를 강조하기 위한 장치
절망적 서사가 현실이라면?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무력감을 느끼겠죠. 동시에 대부분 사람들은 이미 찾아오지 않은 절망적 상황에 대한 낙관적 편향이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에 웹소설 작가는 두 모습을 모두 묘사합니다.
- (낙관적 편향을 충족하는) 절망적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하는 주인공의 모습
- (현실로 찾아온 절망적 서사) 절망적 상황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이는 주변 인물들
독자는 주인공에 몰입합니다. 이는, 현실과 흡사합니다. 그렇기에 "절망적 사건은 분명 실존하지만, 그것이 결코 내게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낙관적 편향을 충족합니다.
더불어 절망하는 주변 인물들과 앞서 나가는 주인공 사이의 간극을 통해 비교우위를 강조하기도 하지요. "나는 다를 것이다."라는 상상을 글을 통해 간접 실현하고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통쾌함, 몰입감)를 느끼게 합니다.
4. 😕 남발하면 허무맹랑한 작품이 된다
"운이 좋군." X 999… 독자 : 운이 대체 얼마나 좋은 건데? 이게 말이 되냐?
낙관적 편향은 무의식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기에 이것이 서사의 주된 해결책이 되는 순간, 독자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느끼게 됩니다. 주인공에게 위협이 닥칠지도 모르는 상황, 단순히 운으로만 모든 위협을 회피하거나 극복하는 순간이겠지요.
낙관적 편향을 충족하되, 이런 비범함이 단순이 주인공의 근거 없는 자신감, 막연한 자신감으로 표현되어서는 안 됩니다. 독자가 수긍할 수 있는 "개연성"이 필요합니다.
"나는 1%도 안 되는 성공 확률을 100%로 끌어올릴 방법을 알고 있다."
(빙의한 건 우연이지만, 일단 내용을 알고 있어서) "네 전략은 이미 알고 있다."
나는 감염되지 않기 위해 모종의 조치를 취했다.
5. 마치며
웹소설이라면 으레 등장하는 절망적인 상황과 주인공의 성공은, 독자의 무의식적 욕망과 정확하게 맞물립니다.
그렇기에 비현실적인 주인공에게도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독자는 이를 통해 더욱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작가는 다소 말이 안 되는 상황일지라도 (낙관적 편향 덕분에)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입력 있는 서사를 완성할 수 있는 것이지요.
📌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웹소설 주인공은 절망적 상황에서도 비범한 행동력을 보여준다.
- 독자는 낙관적 편향이 있다.
- 비범한 주인공의 행동과 긍정적 결과는 독자의 낙관적 편향과 맞물린다.
- 그렇기에 독자는 비범한 주인공에 더욱 몰입할 수 있다.
- 다만, 개연성 없이 낙관적 편향에만 기대게 된다면 허무맹랑한 작품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집필할 때 이따금, 낙관 편향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모두 건필하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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